그런 고구려 중심 사관을 폐기하고 발해사도 한국사에서 제외하자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이종욱(사진) 서강대 사학과 교수는 이달 중순 발간할 저서 ‘민족사인가 한국사인가’(소나무)에서 “한국인의 뿌리는 신라이며 정통성도 신라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 교수는 이전에 논문을 통해 고구려사가 과장됐다고 비판한 적은 있으나 한국인의 정통성에 있어서 고구려를 신라의 하위로 규정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1995년에 공개된 ‘화랑세기’ 필사본도 진본이라고 주장해 학계와 논쟁을 벌인 바 있다.
이 교수는 “한국인의 성씨는 김, 이, 박, 최 등 신라 출신이 70% 이상이다. 고구려 백제의 을, 목, 부여 씨는 얼마나 되는가”라며 “고구려와 백제가 우리에게 남겨 준 유산은 희미한 핏줄과 역사 기록뿐”이라고 말했다. 세시풍속 등 많은 유산이 신라로부터 나왔으며 신라사를 주목하지 않는 것은 부모가 부끄럽다고 감추는 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일본 식민사학자 쓰다 소기치의 영향을 받은 주류 학계가 삼국사기에 나온 신라 17대 내물왕(?∼402) 이전의 기록을 의도적으로 은폐하는 등 식민사학에 빠져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발해사도 과장된 역사라고 주장했다. 그는 “실학자 안정복도 ‘동사강목’에 발해를 말갈의 역사로 기술했다”며 “발해에서 고구려 기와가 몇 장 발견됐다고 해서 우리 역사에 포함시키면 중국이나 일본이 저지르는 역사 왜곡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일본이 20세기 초 민족론에 입각해 고대사를 과대 포장했던 행위를 한국이 답습하는 것”이라며 “단군 조선도 20세기 초부터 민족을 위해 만들어진 역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영수 단국대 사학과 교수는 “중국에서도 발해 대조영을 고구려의 별종이라 언급했고 풍속이 고구려와 같다고 기록했다. 700여 년 이어진 왕조(고구려)가 망하고 30년 만에 세워진 나라(발해)의 민족이 갑자기 바뀔 수 있겠는가”라고 반박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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