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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고조선이냐 小고조선이냐 고대사 논쟁 다시 격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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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야와 강단 사학계의 ‘오래된 논쟁’이 재연되고 있다. 재야 연합인 ‘미래로 가는 바른 역사 협의회’가 26일 발족, ‘식민 사학’ 비판의 구심점으로 떠올랐다. [뉴시스]


한국 고대사를 둘러싼 재야 역사학계와 강단(대학) 역사학계의 논쟁이 다시 격렬해지는 양상이다. “식민사학 비판”을 공동 목표로 내건 재야사학 연합체인 ‘미래로 가는 바른 역사 협의회’(약칭 미사협·상임대표 허성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가 26일 출범했다. 강단 사학계는 재야 사학계를 “사이비 역사학”이라고 비판하는 기고를 올해 2월과 5월 잡지 ‘역사비평’에 실은 바 있다.

양측이 원색적 용어를 동원해 공방을 벌이는 쟁점은 고조선의 크기 문제로 집약할 수 있다. 중국의 사마천이 쓴 『사기』의 ‘조선 열전’에 나오는 조선이 바로 고조선이다. 당시엔 그냥 조선으로 불리다 훗날 이성계의 조선이 건국하면서 구별하기 위해 ‘옛날의 조선’이란 의미로 고조선이라 부르게 됐다.

재야 사학계는 ‘대(大) 고조선’을 제시하고, 강단 사학계에선 ‘소(小) 고조선’을 내세운다. 이같은 크기의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재야 사학계에선 고조선의 세력 범위를 중국 베이징의 동쪽과 내몽고의 남쪽에 위치한 요서 지역까지 넓혀 본다. 일제 강점기 역사학자인 신채호·정인보, 북한 역사학자 리지린, 한국의 윤내현 단국대 명예교수 등이 재야사학의 논리를 뒷받침한다.

이와 달리 강단 사학계에선 고조선의 중심지를 현재 북한의 평양 대동강 주변으로 보고 있다. 재야 사학계에선 강단 사학의 논리가 일제 시대 조선사편수회 편수관이었던 이병도 전 서울대 사학과 교수(전 문교부 장관·학술원 회장)로부터 그 제자들에게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나라 무제가 위만조선을 멸망시키고 설치한 4개 행정구역인 한사군(漢四郡)이 어디에 있었는지, 또 고조선과 한나라의 경계로 역사서에 기록된 패수(浿水)가 어느 강인지 등 복잡해 보이는 여러 고대사 문제들은 모두 고조선의 실체를 어느 정도까지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한사군과 패수의 위치를 재야에선 요서지방이라고 보고, 강단에선 대동강 유역이라고 보는 것이다.

미사협이 발족하게 된 계기로 동북아역사재단의 문제점을 거론하고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동북아역사재단이 지난 8년동안 47억원을 들여 제작해온 동북아역사지도에 낙랑군을 비롯한 한사군의 위치가 일제 식민사학의 논리를 따라 그려졌다는 것이다. 또 이같은 지도를 동북아역사재단이 미국 의회조사국(CRS)에 기초 자료로 전달한 것도 비판을 받고 있다.

고대사를 놓고 강단과 재야가 다툰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광복 이후 계속되고 있는 ‘오래된 논쟁’이다. 재야에선 “국토는 광복이 되었지만 역사 광복은 아직 안 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강단 사학계는 ‘위대한 상고사(上古史)’의 환상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며 걱정하고 있다. ‘한사군 한반도설=식민사학’이라는 재야의 주장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다고 반박한다. ‘한사군 한반도설’은 중국의 역사서, 정약용을 비롯한 조선 후기의 일부 실학자, 그리고 일본인 역사학자들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 이어온 학설이라는 얘기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올 들어 두 차례 ‘상고사 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 3월 첫 토론회에서는 낙랑군의 위치 문제를 다뤘고, 이달 21일 열린 토론회에서는 ‘고조선과 한나라의 경계, 패수는 어디인가’를 다뤘다. 재야와 강단의 역사학자가 두 명씩 나와 발표하고 토론하는 방식이다. 올해 두 차례 더 열 예정이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자주 대화를 해서 문제를 풀어나가는 일 이외의 좋은 대안은 없는 것 같다.

배영대 문화선임기자 balan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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