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일 갈등 총선에 긍정적" 보고서 민주연구원, 공개도 안 된 여론조사 자료 빼내 만들었다

입력
수정2019.07.31. 오후 8:57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민주연구원, KSOI 정례 보고서 인용해 분석 보고서 작성·배포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委에 등록된 KSOI 보고서엔 해당 설문 응답 결과 없어

KSOI 측 "외부 공표 아닌 내부 연구용으로 실시한 것…누군가 통해 외부로 넘어간 듯"

민주당 측 "경위 파악 중"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30일 당 소속 의원 128명에게 배포했다가 논란이 된 '한일 갈등에 관한 여론 동향' 보고서는 여론조사 업체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7월 정례조사 결과를 참고해 작성됐다. 그런데 이 보고서엔 KSOI가 외부에 공표하지 않은 결과가 담겨 있었다. "한일 갈등에 대한 원칙적인 대응을 선호하는 여론에 비춰 볼 때 총선 영향은 (여당에) 긍정적일 것"이라는 민주연구원 보고서 내용이 바로 KSOI가 외부에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는 포함돼 있지 않은 내용을 근거로 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KSOI 측은 "(해당) 비공개 설문 결과는 외부에 공표하지 않았는데, 누군가를 통해 유출된 것 같다"고 했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지난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경제연구소에서 관계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마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연구원, KSOI 7월 정기조사 인용해 보고서 작성·배포

민주연구원이 전날 당 소속 의원들에게 배포한 '한일 갈등에 관한 여론 동향' 보고서 내용은 크게 4가지다.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여야의 대응방식 차이가 총선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이 절대 다수다 △한일 갈등의 해결 방안은 '역사 문제와 경제문제를 분리한 원칙적인 대응' 여론이 '타협적 방식'보다 높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대한 대응으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폐기에 대해 찬성이 반대보다 많다 △자유한국당에 대한 '친일 비판'은 지지층 결집 효과는 있지만, 지지층 확대 효과는 크지 않다 등이다. 민주연구원은 그러면서 이 여론조사의 출처를 'KSOI 7월 정기조사 결과'라고 밝혔다.

◇민주연구원이 인용한 설문 응답 결과는 KSOI 보고서엔 없어

그러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등록된 KSOI의 7월 정례조사 결과 보고서에는 민주연구원 보고서에 담긴 4가지 중 '여야 대응방식 차이가 총선에 영향을 줄 것'과 '자유한국당에 대한 친일 비판이 지지층 확대 효과는 크지 않다'는 내용에 해당하는 설문은 질문 문항만 있을뿐, 이에 대한 응답 결과표는 공개되지 않았다. 얼마나 많은 응답자가 해당 질문에 찬성 또는 반대 응답을 했는지, 외부에서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연구원 보고서에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여야의 대응방식 차이가 총선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이 78.6%"라고 했고, 또 "자유한국당에 대한 '친일' 비판은 공감 49.9%, 비공감 43.9%"라고 응답 결과 수치가 명시돼 있다.

그런데 KSOI의 설문 문항을 보면 특이한 점이 눈에 띈다. KSOI는 총 19개 문항의 설문을 실시했는데, 응답 결과가 공개되지 않은 문제의 두 설문에는 별(★) 모양 표시가 돼 있다.

◇KSOI 측 "민주硏이 인용한 설문은 외부 비공개...누군가 유출한 듯"

KSOI 관계자는 통화에서 "별표 문항은 (외부) 비공개를 전제로 조사한 것"이라며 "KSOI는 정치 상황 변화에 대해 자체적으로 조사를 하고 있고 연구를 위해 결과를 공표하지 않는 설문 조사를 가끔 실시한다"고 했다. 별표 모양이 표시된 문항이 민주연구원의 의뢰를 받아 조사한 것은 아니란 주장이다. 비공개 설문 결과를 민주연구원이 인용한 경위에 대해서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KSOI의 외부자문단과 협의하는데 이 과정에서 자료가 외부로 나간 것 같다"고 했다. KSOI측은 다만 외부자문단에 민주당 관계자는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관계자는 "KSOI의 설문 결과를 민주연구원이 알게 된 경위에 대해 확인 중"이라고 했다.

KSOI가 지난 26~27일 실시한 7월 정례 여론조사 설문지 중 일부. 결과를 외부에 공표하지 않은 문항에 별표(★) 표시가 돼 있다. 민주연구원은 이 설문을 통해 얻은 결과로 보고서를 만들어 민주당 의원들에게 배포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여론조사업체가 일부 문항에 대해 비공개를 전제로 설문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게시하지 않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보도하려는 때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등록해야 한다"며 "공표·보도를 하려고 하지 않았다면, 결과를 등록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다만 내부 연구용으로 실시한 설문 내용이 민주연구원과 언론을 통해 알려진 부분에 대해선 "사실 관계와 선거법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연구원이 인용한 KSOI의 7월 정례 조사는 지난 26~27일 전국 성인 10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상세한 사항은 KSOI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여론조사업체가 정당 지지율,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 등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보도하려면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에 여론조사 설문 문항과 조사 결과 등을 등록해야 한다.

[손덕호 기자 hueyduck@chosunbiz.com]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네이버 메인에서 조선일보 받아보기]
[조선닷컴 바로가기]
[조선일보 구독신청하기]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정치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