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화만사성. 가족이 화목해야 모든 일이 잘 풀리는 법이다. 하지만 항상 집안이 행복할 수는 없는 법이다. 부모님의 다툼, 형제간의 싸움, 부모자식간의 갈등 등 언제든지 가족이 흔들릴 일이 많다. ‘우리집’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세 아이의 모습을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본다. ‘우리들’에 이어 윤가은 감독이 또 다시 관객들을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 1PICK: 유쾌하면서도 슬픈, 우리 집 지키기 대작전

‘우리집’은 누구나 갖고 있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 숙제 같은 가족의 문제를 풀기 위해 어른들 대신 직접 나선 동네 삼총사의 빛나는 용기와 찬란한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하나(김나연)와 유미(김시아), 유진(주예림) 자매는 각자의 가족, 집을 잃을 위기에 처해 우리 집 지키기 대작전을 펼친다. 세 아이의 허술하지만 유쾌한 방법들이 어른의 눈으로 바라봤을 때 저절로 미소짓게 만든다.

하지만 영화가 마냥 유쾌하지는 않다. 이혼을 준비 중인 하나 부모, 자녀를 두고 멀리서 직장을 다니는 유미, 유진 자매의 부모의 상황이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각기 다른 상황 속에 아이들이 놓였지만 하나, 유미, 유진은 부모의 부재를 느낀다. 가장 사랑받아야 할 시기에 부모 품을 벗어난 이들의 현실이 가슴 한구석을 찌릿하게 자극한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이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가족을 되돌아보게 될 것이다.

# 2PICK: 김나연 X 김시아 X 주예림, 귀여움 포텐 폭발 ‘어벤져스’급!

‘우리집’은 ‘우리들’과 많이 닮았다. 아이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 아이들끼리도 친해지고 감정을 공유하지만 갈등을 빚기도 한다는 것이다. 또한 배우들의 구성도 비슷하다.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우리집’은 세 여자아이가 이야기의 중심이 된다.

‘우리집’이 첫 영화인 김나연, ‘미쓰백’에서 한지민과 호흡한 김시아,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에서 유선 딸로 귀여움을 담당하고 있는 주예림까지, 영화에 등장하는 세 아역배우들은 기교없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순수함을 있는 그대로 스크린에 담아냈다. 어색할 수 있지만 그마저도 우리들의 일상인 것처럼 자연스럽다.

특히 주예림은 ‘우리집’의 신스틸러로서 제 몫을 다한다. 웃음부터 귀여움까지 담당하며 ‘우리집’에서 없어선 안 될 매력덩어리임을 입증했다. 김나연은 어린 나이답지 않게 극을 이끄는 능력을 보여준다. 표정 하나하나, 대사 하나하나, 자신이 맡은 하나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관객에게 잘 전달한다. 김시아 역시 ‘미쓰백’에서 보여줬던 놀라운 연기를 이번 영화에서도 펼친다. ‘우리집’은 윤가은 감독의 연출만으로도 보는 맛이 있지만 아역배우들의 케미가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 3PICK: ‘우리들’→‘우리집’, 윤가은 감독 세계관 진화

‘우리들’에 이어 ‘우리집’을 통해 윤가은 감독의 ‘우리’ 세계가 더욱 진화하고 있다. 여기에 하나의 유니버스처럼 ‘우리들’과 ‘우리집’을 연결시킨 게 눈에 띈다. 최수인, 설혜인, 이서연, 강민준 그리고 ‘기생충’으로 천만 배우가 된 장혜진, 손석배 등 ‘우리들’에 출연한 배우들이 캐릭터 이름 그대로 ‘우리집’에 특별출연한다. ‘우리들’ 배우들을 찾는 것도 ‘우리집’을 보는 재미가 될 것이다.

윤가은 감독이 아이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도 여전했다. 카메라는 핸드헬드로, 시선 또한 아이들 위치에 놓여있다. 이 때문에 어른의 입장이 아닌 아이의 입장으로 영화를 읽게 된다. 또한 계란프라이, 네모난 빈 상자들, 휴대전화, 집의 구조와 차이 등은 ‘우리집’을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하게 하는 요소가 된다. 아이들의 감정선대로 흘러가는 영화의 기승전결도 윤가은 감독의 연출이 빛났던 순간이다.

한마디로 이 영화는 어른이 만든 게 아닌 ‘아이가 만든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누구나 한번쯤은 겪었을 가족의 희로애락과 영화의 시선이 아이들의 눈으로 해석되는 것 자체가 ‘우리집’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요즘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쏟아지는 여름 극장가에 ‘우리집’이 힐링을 주며 가족은 물론 보는 이들을 동심에 빠져들게 할 영화임이 틀림없다. 러닝타임 1시간 32분, 전체관람가, 8월 22일 개봉.

사진=‘우리집’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