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의 일상 톡톡] '무고 1위' 韓, 무고한 사람 짓밟힌다

김현주 입력 2017. 1. 3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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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에게 악의적으로 죄를 뒤집어씌우는 ‘무고(誣告)’ 범행이 늘고 있습니다. 특히 성폭행·성추행·성희롱 등 3대 성범죄 관련 무고가 급증하고 있는데요. 실제 지난해 유명 남성 가수와 배우가 성폭행 혐의로 무고를 당한 바 있습니다. 무고 범죄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 것은 처벌이 약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무고로 유죄 선고 즉, 실형을 받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요. 또 최근 우리 국민들은 갈등이 생기면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일단 소송부터 제기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반작용 성격인 무고 범죄로 증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선 경찰들은 이같은 무고 범죄로 인해 고충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무고 범죄 수사에 밀려 정작 경찰의 힘을 필요로 하는 이들은 제대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남이 잘되는 모습을 못 보는 시기와 질투, 그로 인한 음해가 난무하는 한국 사회의 특성에 소송 만능주의가 더해져 무고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무고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이른바 '피해자의 영혼을 좀먹는' 무고는 잘못이 없는 사람에게 형사처분을 받게 하려는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신고하는 일종의 범죄다. 이 죄가 성립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무고는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뿐 아니라 수사·재판 기능까지 무력화하는 중범죄지만, 이를 심각한 범죄로 인식하지 않는 풍토가 여전하다.

31일 주광덕 새누리당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국 18개 지방검찰청에 접수된 무고 사건은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3년 8816건에서 2014년 9862건으로 늘었고, 2015년에는 1만156건으로 1만건을 넘어섰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4633건이 접수됐다.

주 의원은 "피해자의 손해가 막심한 무고 사건에서 진실을 명확히 밝혀 악의적인 허위 고소로 인해 피해를 입는 이들이 없어야 한다"며 "불필요한 수사력 낭비로 국가기관과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도록 무고사범을 엄중하게 처리해 억울하게 형사사건에 연루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성폭행형 무고, 女 진술 증거 능력 커…피해 男 옴짝달싹 못하는 경우 많아

재산을 가로채거나 관련 소송에서 유리한 증거로 활용하기 위해 허위고소한 '이득형 무고사범'과 상대방에 대한 악감정을 가지고 보복 목적으로 허위고소한 '보복형 무고사범', 성폭행을 당했다고 허위고소한 '성폭행형 무고사범'이 무고 사건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성폭행형 무고 사건은 여성 진술의 증거 능력이 워낙 큰 탓에 대부분의 피해 남성은 옴짝달싹 못한다. 경찰과 검찰·법원을 거치면서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누명을 좀처럼 벗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결백 증거를 확보하면 처벌을 면하지만 이미 '주홍글씨'가 새겨진 이후다.

최근 전주지법에서는 성폭행형 무고 사건으로 직업을 잃은 남성의 어머니가 가해자에게 거칠게 항의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가해 주부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0대 여대생 A씨는 2015년 7월 12일 새벽 전북의 한 모텔에서 지인들과 함께 술을 마시다가 무리에 껴있던 B씨에게 호감이 생겼다. A씨는 먼저 B씨에게 다가가 키스했고, 스스로 옷을 벗어 성관계를 했다.

이 과정에서 B씨가 적극적으로 성관계하지 않고 샤워하러 가버리자 A씨는 홧김에 "성폭행 당했다"고 허위 고소장을 냈다. 이에 B씨는 '반전 카드'를 꺼내 들었다. 성관계 후의 대화 녹음파일을 증거로 제출한 것이다.

B씨는 샤워하고 나오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A씨가 성폭행 당한 것처럼 말하자 만일을 대비해 휴대전화로 대화를 녹음했다. 파일에는 적극적으로 접근한 A씨의 대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에 전주지법은 지난해 10월 무고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녹음파일을 근거로 A씨의 진술이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직장 내 은밀한 애정행각, 불륜 사실 적발되자 '작전' 펼쳐

30대 여성 C씨는 2015년 12월 대구 해바라기센터를 찾아 "직장상사가 술에 취한 나를 모텔로 끌고 가 성폭행했다"고 진술한 뒤 상사를 고소했다.

그러나 둘 사이 주고받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조사한 결과 C씨 주장은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무고 혐의로 기소된 C씨는 1심 재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30대 여성 D씨는 직장상사 E씨와 장기간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했다. 이들의 은밀한 애정행각은 2015년 8월 들통났다. D씨의 남편에게 불륜 사실이 적발되자 이른바 '작전'을 짰다.

D씨는 위기를 모면해야 한다는 일념에서 남편에게 “상사에게 성폭행을 당해 관계를 지속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런 사실을 당신한테 차마 털어놓을 수 없었다”고 꾸며댔다.

결백을 입증한다면서 E씨를 강간 혐의로 고소까지 했다. E씨는 강제 성관계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제대로 증명하지 못해 완전범행에 성공하는 듯했다.

◆무고사범, 수사력 낭비 등 폐해 심각…죄에 상응하는 엄벌 내려야

사실인 양 힘을 얻던 모함은 검찰 문턱에서 멈췄다. 상사에게 '사랑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 청주지검 충주지청은 지난해 3월 D씨를 무고 혐의로 기소했다.

법조계에서는 사법기관이 무고사범에 대해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법원도 실형을 선고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인구 대비 고소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에서 무고사범들이 수사력 낭비 등의 폐해를 불러오고 있다며 사안마다 다르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죄에 상응하는 엄벌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주문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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