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의 軍界一學]풍계리 핵실험장, 이미 수명 다했는데…협상력 높이는 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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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04.22. 오후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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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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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북한이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주재 아래 지난 20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결정서가 채택된 것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핵개발의 전 공정이 과학적으로, 순차적으로 다 진행되었고 운반 타격 수단들의 개발사업 역시 과학적으로 진행되어 핵무기 병기화 완결이 검증된 조건에서 이제는 우리에게 그 어떤 핵시험과 중장거리,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도 필요없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북부 핵시험장도 자기의 사명을 끝마쳤다”고 말했습니다. 비핵화를 향한 첫 단추인 ‘핵동결’이 시작된 것이라는 분석들이 나옵니다.

◇풍계리서 1~6차 핵실험…軍 “北 플루토늄탄, 10여기 안팎 추정”

북한이 말하는 북부 핵시험장은 모두 6번에 걸쳐 핵실험을 실시한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입니다. 북한은 이곳에서 지난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을 감행했습니다. 당시 지진 규모는 3.9로 위력은 0.8kt(1kt·TNT 폭약 1000t의 폭발력) 수준으로 평가돼 폭발력이 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2009년 5월 25일 풍계리에서 제2차 핵실험을 실시함으로써 어느 정도의 핵능력을 확보했고, 2013년 2월 13일 제3차 핵실험을 실시함으로써 핵무기 개발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특히 2016년 1월 6일 제4차 핵실험을 통해 증폭핵분열탄의 위력을 보여줬으며, 2016년 9월 9일 제5차 핵실험을 통해서는 핵무기를 표준화·규격화했다고 주장한바 있습니다. 2017년 9월 3일 제6차 핵실험에선 수소폭탄 실험을 실시함으로써 핵능력을 거의 완성했습니다. 특히 6차 수소폭탄 실험의 경우 한국·미국·일본 정부는 각각 50kt·120kt·160kt 정도의 위력으로 평가했는데, 미국의 북핵 연구단체인 ‘38 노스’에서는 그 위력을 108~250kt으로 추정하면서 서울에서 폭발할 경우 210만명이 사망하고 770만명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분석한바 있습니다.

총 6번의 핵실험을 통해 북한은 이미 10기 안팎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2016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핵무기 연료인 플루토늄을 50여kg 보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핵무기 1개당 6kg의 플루토늄이 필요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 8개 이상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국방백서는 또 다른 핵무기 연료인 고농축우라늄(HEU) 관련해서도 “북한의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이 상당한 수준으로 진전되고 있다”고 평가한바 있습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를 현지지도했다고 지난 해 9월 3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사진. 김 위원장 뒤에 세워둔 안내판에 북한의 ICBM급 장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화성-14형’의 ‘핵탄두(수소탄)’이라고 적혀있다. [사진=연합뉴스]
◇北 핵실험장 폐쇄 선언, 비핵화 첫 걸음 뗐지만…

북한의 이번 핵실험 중단 선언이 비핵화를 위한 중요한 전기를 마련한 것은 사실이지만, 추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단이 북한의 핵개발 중단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북한이 이번에 폐쇄하기로 한 풍계리 핵실험장은 6번의 핵실험을 했기 때문에 이미 방사능에 오염돼 있을 수 있습니다. 1차 핵실험을 실시했던 1번 갱도는 폐쇄된 상태고 2~6차까지 핵실험을 진행했던 2번 갱도는 2017년 9월 3일 마지막 핵실험 이후 내부 갱도가 파괴된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국정원은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2번 갱도는 6차 핵실험이 끝나고 8분 후 여진이 있었고, 후속 여진이 3차례나 발생해 손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국회에 보고했습니다.

3차 핵실험이 있던 2013년 2월 완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3번 갱도는 아직까지 사용되지 않은 곳입니다. 위력이 큰 핵융합 반응을 위해 준비된 갱도로 연쇄 핵실험을 위한 용도일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하지만 2번 갱도에서 핵융합 반응 실험을 했기 때문에 현재로선 3번 갱도의 목적이 불분명합니다. 최근 4번 갱도가 추가적으로 준비되고 있다는 정황이 있지만 확인되지는 않았습니다. 북한이 만일 마지막 핵실험을 한다면, 실제 미사일에 탑재해 공중에서 실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협상용으로 내놓기에는 이만큼 상징적으로 좋은 것이 없다는 평가입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차관보도 ‘미국의 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풍계리 핵실험장은 6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이미 노후화된 곳”이라면서 “너무 긍정적인 메시지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언급했습니다.

북한이 지난 2008년 6월 영변 핵시설 냉각탑을 폭파하고 있는 모습. 당시 북한은 비핵화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이를 전 세계에 공개했지만, 1년여 만인 2009년 2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사진=연합뉴스]
◇비핵화 협상의 핵심은 시설 아닌 핵물질·핵탄두

이 보다는 핵무기 소형화를 연구하는 핵무기연구소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재진입체 기술을 연구하는 화학재료연구소를 폐쇄하는 조치가 북한의 핵개발 중단 선언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북한의 주장대로 핵개발이 완성됐다고 가정하면 북한에게는 큰 의미가 없는 시설일 수 있습니다. 양산을 통한 배치 단계라면 굳이 북한이 연구개발에 사용했던 연구소를 폐쇄하는 데 부담을 갖거나 거부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플루토늄을 추출 장소인 영변 핵시설의 경우에는 이미 동결의 경험을 갖고 있는 곳입니다. 김정은 집권 이후 재가동 해 일부 신축 건물들이 들어서긴 했지만, 핵물질 생산체계가 5MWe 원자로 처럼 대규모 시설이 불필요한 고농축 우라늄 체계로 이전되고 있는 상황이라 이미 은닉시설에서 고농축 우라늄이 생산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시점에서 영변 핵실설 역시 실질적인 역할이 크지 않았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북한이 이같은 시설들에 대한 동결 조치를 통해 유리한 협상 고지를 점하려 하겠지만, 비핵화 협상의 핵심은 핵탄두와 핵물질이어야 합니다. 플루토늄과 고농축 우라늄 등 핵물질 폐기와 각 핵물질의 생산 중단, 그리고 핵을 실어나르기 위한 핵탄두 폐기 등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핵탄두와 핵물질은 이미 지하 은닉시설에서 생산돼 보관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얼마든지 존재를 부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관용 (kky144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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