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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 '조조대결', 뜨거웠던 만큼 아쉬움도 컸다

작성자:한창규, 2015-07-26 15:46 입력

▲ 12년 만에 벌어진 '조조대결'에서 조훈현 9단(왼쪽)이 조치훈 9단에게 시간승을 거뒀다. 승부처가 한창 무르익은 긴박한 장면에서 조치훈 9단이 착점시간을 넘겨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현대바둑 70주년 기념 조훈현-조치훈 특별대국
대마 공방 승부처에서 조치훈 시간패로 아쉬운 결말

'전설의 귀환'이라 이름 붙여졌다. 바둑계의 살아있는 전설, 불세출의 바둑영웅이 벌인 승부는 기념대국으로 이뤄졌지만 12년 만의 재회, 화제 대결을 향한 시선과 관심도, 그리고 그들의 뜨거운 열정이 버무러져 여느 세계대회 결승전 이상이었다.

조훈현(62)과 조치훈(59). 어느덧 백발 무성한 두 거장이 26일 오후 바둑TV 스튜디오에서 특별한 대결을 벌였다. 슈퍼스타들의 승부는 한국현대바둑 70주년을 기념하는 대국으로 열려 그 의미를 더했다.

결전에 앞서 점심을 함께 들고, 화기애애한 티타임 시간을 갖고 대국장에 들어선 두 영웅은 악수를 나눈 다음 각자의 자리에 앉았다.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기는 2003년 10월 삼성화재배 8강전 이후 근 12년 만이다.

▲ 두 영웅의 평소 기질과 다르게 시작됐던 국면은 시간이 흐를수록 본령이 나타나며 중반엔 '전투의 신'과 '타개의 신' 간의 사활 승부로 변했다.

뚜껑이 열린 반상은 예전의 모습과 다르게 날렵했던 조훈현은 시간을 물 쓰듯이 장고에 빠지고, 타개 전문가 조치훈은 공격으로 기선제압을 노렸다. 영웅들의 진중함에 관객들은 숙연해졌다. 판 위에 흑과 백이 차례로 놓여가면서 혀를 찌르는 기발한 수와 과감한 수들에 공개해설장의 객석에선 감탄사가 연신 나왔다.

단 하나의 아쉬운 점은 결과가 '시간'에 의해 판가름나고 말았다는 것. 애당초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느냐가 중요한 승부는 아니었지만 끝까지 보지 못하고 도중에 끝난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승자는 조훈현이었고, 착점시간을 넘긴 조치훈의 실수에 편승했다. 쌍방 마지막 초읽기에 몰린 상황에서 조치훈이 계시원의 "열" 소리와 함께 착점한 것. 현장의 해설진과 팬들은 기념대국(비공식전)인 만큼 계속 진행시켰으면 좋겠다는 간절함을 토로했지만 김인 심판은 냉정하게 '시간패'를 선언했다.

▲ 한국기원 2층 대회장에서 유창혁ㆍ최명훈 프로의 해설로 진행된 공개해설회엔 200여명의 취재기자와 팬들이 모여들어 성황을 이뤘다.

그 순간, 여기저기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대국 개시 2시간 40여분, 진행 수수 154수 만이었다. 국면이 진행될수록 두 기사의 본령이 나오면서 '전투의 신' 조훈현과 '타개의 신' 조치훈이 대립각을 바짝 세운 가운데 대마를 잡느냐 마느냐 하는 승부처에서 돌연 발생한 해프닝이었기에 그 아쉬움의 강도는 더했다.

국면에 심취한 나머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신음을 토해내고(조훈현), 침을 꼴깍 삼키거나 머리카락을 쥐어 뜯으며(조치훈) 혼신의 힘을 다하던 두 기사의 모습도 거기서 멎었다. 한게임바둑의 김성룡 해설자를 비롯해 검토한 기사들의 대부분은 흑(조치훈)이 약간 편한 형세였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국후 조훈현은 "바둑은 이기고 승부는 져주는 조치훈 9단이 대가라는 것을 알았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고, 조치훈은 "진 사람은 말을 하면 안 되니까, 말 안 해요"라며 특유의 익살을 부렸다.

▲ "오늘도 져주니까 할 말이 없어요." (조훈현)
    "(그동안 많이 졌는데?) 나보다 세니까 할 수 없잖아요. 나보다 세면 지고, 약하면 내가 이기고…." (조치훈)

이번 대결의 승리로 조훈현은 상대전적에서 9승5패로 차이를 조금 더 벌렸다. 초기엔 조치훈이 4연승을 거뒀으나 그 이후엔 8연승을 올리는 등 조훈현의 승리가 한참 많아졌다.

한편 12년 만의 '조조대결'를 놓치지 않기 위한 취재 인파로 가득했으며, 한국기원 2층 대회장에서 열린 공개해설회엔 200여명의 팬들이 운집해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한국현대바둑 70주년 기념 이벤트로 열린 이 대국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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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고 기록인 160회 우승을 이룬 '바둑의 전설' 조훈현 9단.

▲ 2주일 전 또 한 차례의 우승을 더해 일본 최다인 74회 우승 기록을 갖고 있는 '바둑의 전설' 조치훈 9단.

▲ 조훈현 9단이 바둑TV 스튜디오가 낯선 조치훈 9단에게 대국할 곳을 가리키며 설명해 주고 있다.

▲ 돌을 가린 결과는 홀짝을 맞힌 조치훈이 흑을, 그리고 조훈현은 백을 쥐었다.

▲ 12년 만에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양웅.

▲ 거장들의 대결이 '네이버'에 생중계되고 있다. '다음'에선 검색어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 세계대회 결승에서나 볼 수 있는 취재 열기를 내뿜었다.

▲ "초등학교 때 이후로 처음 봅니다." 이세돌과 함께 공개해설장에서 대국을 관전한 김지석(왼쪽)은 조치훈의 흑9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 김인 심판이 계시원으로부터 "열"을 부른 상황에 대한 설명을 전해 듣고 조치훈에게 설명한 후 시간패를 선언. '조조대결'의 승자는 '조9단'이 됐다.

▲ 팬사인회를 끝으로 공식행사를 마무리했다. 조치훈은 일본 내의 스케줄 관계로 내일 출국한다.

▲ 조치훈(59)은 6살 때 일본에 건너가 전대미문의 대삼관 네 차례 달성, 본인방전 10연패 등의 위업을 이뤘다.

▲ 조훈현(62)은 9살에 세계 최연소 기록으로 입단했고, 전무후무한 국내기전 전관왕을 세 차례 달성했다.

▲ 승부할 때의 조치훈은 더없이 진중한 모습이지만 인터뷰 때엔 위트와 익살이 넘쳐 흘러 완전히 딴사람이다.
    "좋은 수예요, 제가 둔 수는 다 좋은 수입니다."
    "바둑 공부는 옛날보다 더 많이 하는데요, 자꾸 잊어 버려요."
    "바둑리그에 출전할 생각은 있는데, 내가 뽑히면 다 지니까…."
    "(가장 기억에 남는 바둑은?) 그것보다 오늘 '아홉, 열'을 부른 목소리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대선배하고 두면서 조치훈이 좀 더 세다는 걸 보여주려 했는데 멋이 없는 사람이 멋을 냈어요. 그게 나빴어요."
    "(한국에 돌아올 생각은?) 조훈현 선배님이 없으면 괜찮은데, 나보다 센 사람이 있으니…."
    "자꾸 때리고 하니까 (머리가) 이렇게 됐어요. 귀찮아서 그런 건 아니고 우리집에 빗이 없어요. 하나 사주세요."
그리고 뒷풀이 저녁식사 자리에서 건배사 부탁을 받고는 한국말을 잘하면 세 시간쯤 하고 싶은데 서툴기 때문에 딱 한마디만 하겠다고 했다.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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