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개를 식용으로" 입양 2시간만에 진돗개 도살…'개 식용 논쟁' 여전

입력
수정2020.06.15. 오전 10:23
기사원문
허미담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진돗개 도살한 70대, 사기죄 적용
"잘 키운다더니" 입양 보낸 견주 분노
동물권 인식 확산…10명 중 2명만 "개고기 찬성"
전문가 "적극적인 정부 노력 필요"
진돗개.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강아지를 직접 키울 것처럼 속이고 진돗개 어미와 새끼를 입양한 뒤, 곧바로 도살한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되고 있다. 진돗개 모녀를 입양한 70대 남성은 당초 "집도 지어주고 먹이도 잘 주겠다"고 했으나, 일명 '개소주'를 먹기 위해 개들을 도살한 것으로 전해져 공분을 사고 있다.

최근 동물권이 향상한 가운데, 일부에서는 여전히 개 식용에 대한 수요가 이어져 논란이 일고 있다. 전문가는 개 식용 문화 근절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인천 미추홀경찰서는 A(76)씨 등 2명을 사기 혐의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4일 밝혔다. 또 A씨의 의뢰를 받아 도살한 업주 B(65)씨도 동물보호법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넘겼다.

A씨는 지난달 17일 진돗개 모녀를 잘 키울 것처럼 입양했으나, 곧바로 도살장을 운영하는 B씨에게 맡겨 진돗개 모녀를 도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진돗개의 원래 주인인 C씨가 개들이 잘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경찰은 방범 카메라 등을 분석한 결과, A씨가 B씨에게 의뢰해 진돗개 2마리를 모두 도살한 사실을 확인했다.

A씨는 경찰에 "진돗개 도살을 의뢰하고 (진돗개를) 죽인 것이 맞다"며 혐의를 인정했지만, 정작 범행 경위에 대해서는 진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진돗개의 원래 주인인 C씨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지난달 25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입양 보낸 지 2시간도 안 돼 도살당했습니다'라는 글을 올려 "더는 피해견이 나오지 않도록 동물보호법을 강화해달라"며 가해자의 엄벌을 요구했다. 청원에는 "A씨가 '개소주'를 해 먹으려고 진돗개를 도살했다"는 취지의 내용도 담겨있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동물해방물결과 동물을위한마지막기회(LCA)가 2018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개 식용에 찬성하는 사람은 18.5%에 불과했고, 지난 1년간 개고기를 먹지 않은 응답자는 81.2%였다. 이는 2004년 한 여론조사에서 89.5%가 보신탕 판매에 찬성한 것에 비해 약 15년 만에 개 식용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으로 볼 수 있다.

개고기 판매 시장도 점차 줄어드는 모양새다. 60여 년간 식용 개고기 판매를 해온 부산 구포 가축시장은 지난해 영업을 종료했고, 2018년 11월에는 전국 최대 규모의 개 도살장이었던 경기도 성남 태평동 도살장도 영구 철거됐다. 서울 경동시장 내 개 도살 업소 또한 폐쇄됐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은 여전히 '전통 보양식'이라는 이유로 개고기를 찾는다. 직장인 이모(34)씨는 "개고기를 먹지 말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닭이나 소 등 다른 가축들도 먹으면 안 되는 것 아니냐"면서 "다른 가축들에게는 관대하면서 왜 개고기 식용에만 안 좋은 시선을 보내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한육견협회 측 역시 지난해 입장문을 통해 "식용견과 애완견은 다르다. 조상 대대로 즐겨온 개고기를 당당히 즐기시길 바란다"며 "개고기는 먹으면 열을 나게 하는 음식이기 때문에 봄철 파종기에 지친 심신과 기력을 회복해 가을 추수를 대비하기 위해 먹어왔다"고 주장했다.

반면 동물권 보호를 위해 개고기 식용 문화는 근절돼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반려견을 키우고 있다고 밝힌 직장인 김모(27)씨는 "옛날도 아니고 요즘같이 음식이 풍족한 시대에 아직도 개를 먹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심지어 잘 키우겠다고 데려간 반려견을 먹는 사건까지 일어났다. 반려동물 1000만 시대임에도 사람들 인식은 여전히 낮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말 못 하는 동물도 생명이다. 인간과 같이 동물 역시 학대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는 개 식용 문화 근절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성호 성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개 식용 문화를 근절해야 한다. 개 식용 문화가 있는 한 동물복지가 있을 수는 없다"면서 "세계적으로도 개 식용은 없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나서서 해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국민이 100% 합의하는 정책이 어디있겠느냐. 육견업자들의 생계가 문제될 수 있지만, 업종 전환을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생각해보면 된다"고 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 2020년 하반기, 재물운·연애운·건강운 체크!
▶ 네이버에서 아시아경제 뉴스를 받아보세요 ▶ 놀 준비 되었다면 드루와! 드링킷!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