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가들을 위한 味路찾기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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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먹거리타운 '들안길'

 대구 수성못둑을 거닐다 시인 이상화의 시비를 만났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가 노래했던 '빼앗긴 들'은 이제 더이상 '들'이 아니다. 280여개의 식당이 옛 '수성들'자리를 차지하면서 대구 최고의 '먹자 골목'으로 변신한 것. 하지만 거리 이름에는 '들'의 흔적이 여전하다. 넓은 '들 안쪽에 난 길',대구 수성구 '들안길'로 맛 여행을 떠났다.

· 들안길은

들안길 네거리 KT 상동지점 앞에는 높이 6m가 넘는 거대한 포크 조형물이 바위를 이고 서 있다. 들안길 상징물인 '공간의 석(石)'. 여기서부터 수성못까지 북들안길과 남들안길이 이어진다.

겨울 수성못은 고요하다. 추운 날씨 탓에 오리배도 손님을 잃고 멈춰 섰다. 호숫가를 거닐며 조용히 한 해를 되돌아 보는 것은 어떨까. 그러다 허기가 지면 들안길 식당에서 배를 채우자. 그 옛날의 '빼앗긴 들'은 이제 '푸짐한 먹거리 타운'이 됐다.

시원하게 뚫린 8차로 도로 양쪽으로 단층 혹은 높아야 2층 정도 되는 식당들이 줄을 섰다. 넓은 주차장과 깔끔한 간판, 저마다 개성 있는 외관이 눈길을 끈다.

들안길 지역은 원래 수성못의 용수를 이용해 채소류를 키우던 근교농업 용지였다. 대구 수성구청 위생과 심영섭씨는 "1990년대 초 시내 중심가에 있던 대형 식당들이 주차난에 부딪히게 됐고, 비슷한 시기에 들안길 토지 소유자들이 토지초과이득세를 피하기 위해 단층 건물을 지어 임대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형 음식점 밀집 지역이 형성된 것"이라고 들안길의 내력을 설명했다.

수성구 측은 업소 수나 규모,문화적 인프라 면에서 볼 때 들안길이 전국 최대의 '먹자 골목'이라며 지역명물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 2004년부터는 매년 '들안길 맛축제'도 열고 있다.

들안길 앞 두산로 카페거리와 수성못 주변까지 포함해 다양한 메뉴의 음식점 286개가 성행 중인 대구 들안길. 말 그대로 없는 음식 빼고 웬만한 음식은 다 있다고 보면 된다.

·가족과 함께

가족과 함께 들안길을 찾는다면 순두부보쌈 전문점 '콩밭골(053-763-4322)'에서 한끼 식사를 하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두부와 청국장을 직접 만들어 요리한다. 오전 9시30분께 찾은 식당 앞 두부 제조실에서는 하얀 김이 모락모락 솟아나고 있다. 대표 메뉴는 해물 순두부찌개와 함께 먹는 굴돌솥밥. 돌솥밥은 고추장 대신 게장소스를 넣어 간을 맞춘다. "맵지 않아 아이들이나 노인들이 먹기에도 좋다"는 게 윤종율(56) 사장의 말이다. 새싹채소와 함께 굴, 미역 등 해산물을 한 끼에 먹을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1인분 7천원.

'미성복어(053-767-8877)'의 복어불고기도 특별한 가족 외식 메뉴로 추천할 만하다. 육수에 담가서 24시간 숙성시킨 복어를 콩나물과 함께 양념한다. 복어는 냉동복어를 사용하고, 콩나물은 농약을 쓰지 않고 지하수로 직접 재배했다는 게 식당 측의 얘기. 남태휘(39) 상무는 "그래서 콩나물이 좀 질길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일대가 논이고 밭이던 25년 전 처음 문 연 음식점이 여기"라고 덧붙였다. 맞은편에 2호점도 운영 중이다. 1인분 1만원.

수성유원지 인근 '에어파크(053-761-5655)'는 430인승 비행기를 개조해 만든 레스토랑이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하다. 수성못이 보이는 조종석 쪽이 특히 전망이 좋다. 영업을 시작한 지 7년이 지나 외관은 때를 좀 탔지만, 실내는 아늑하고 깔끔한 편. 패밀리 세트를 시키면 3개 요리를 4만5천~5만원 선에서 맛볼 수 있다. '보잉점보 747'이라고 이름 붙여진 어린이 메뉴도 있다. 1만3천원.

·연인과 함께

연인과 함께하는 근사한 연말 식사를 계획하고 있다면, 수성못 맞은편 두산로 카페거리로 가 보자.

요리사가 직접 운영하는 레스토랑 '테이블 13(053-763-3771)'. 테이블 개수를 딴 이름이 특이하다. 요리사 4명이 요리, 서빙, 주차 서비스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단골 손님이라는 권미희(35)씨는 "손님의 취향을 기억해 뒀다가 요리사가 거기에 맞춰서 음식을 해준다"며 "음식은 물론 빵과 커피 맛도 일품"이라고 치켜세웠다. 차가운 물로 6시간 동안 추출한 워터드립 커피나 유기농 커피도 맛볼 수 있다. 스테이크는 국내산 한우만을 사용하며 등급 표시를 하고 있다. 코스 요리 3만8천~6만9천원.

회전초밥집 '내안에(053-766-0760)'는 깔끔한 식사를 원하는 연인들에게 추천할 만한 일식집이다. 세련된 인테리어와 은은한 조명 등 식당 내부도 깔끔하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산타 모자를 쓴 요리사와 종업원들이 손님을 맞고 있다. 요리사 김영만(44) 부장은 "초밥은 주로 활어를 사용해 만든다"며 '미니 사시미' 메뉴를 추천했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롤 메뉴도 찾아볼 수 있다. 캘리포니아롤 8천원. 초밥과 우동이 함께 나오는 점심특선은 1만원, 스페셜 커플세트는 3만4천원.

·대구의 맛이 궁금하다면

대구의 향토 음식인 동인동 찜갈비는 '벽창우(053-761-2611)'에서 맛볼 수 있다. 대구 동인동 찜갈비는 양은 그릇에 마늘과 고춧가루 등 갖은 양념을 버무려 맵고 달콤하게 만든 음식으로, 대구 사람들의 투박한 정서가 담긴 음식이다. 들안길의 찜갈비는 원조 동인동 찜갈비에서 조금 변형됐다고 보면 된다. 서배호(46) 사장은 "웰빙 음식을 선호하는 트렌드에 맞춰 매운맛, 순한맛을 따로 주문 받고 있다"고 말했다. 우거지 된장국과 동치미 국물을 함께 내어 자극적인 맛을 보완했다. 2인 이상 주문 가능하다. 1인분 1만2천원.

남들안길 입구 쪽에 자리잡은 '서민갈비(053-761-2267)'는 16년째 대구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곳. 화덕 위에 바로 굽는 숯불갈비는 재래식 방법 그대로다. 인테리어나 분위기도 이름대로 '서민적'이다. 오래된 나무 식탁은 화덕 때문에 가운데가 새까맣게 타버렸다. 남자친구와 함께 수성못에 데이트 나왔다가 들렀다는 대학생 고은경(21) 씨는 "고기가 특히 연하고 부드러워 맛있다"고 말했다. "사람 손으로 일일이 칼집을 넣는 수작업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김용진(37) 사장의 설명. 시끌벅적하고 연기 자욱한 고깃집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비추'다. 1인분(170g) 5천5백원. 글=이자영기자 2young@busanilbo.com

사진=강선배기자 ksun@

[교통편]

 부산에서 신대구부산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수성IC에서 내린다. 대구 월드컵경기장을 지나 범안3거리에서 좌회전해 범물동 방향으로 간다. 지산로를 거쳐 수성못 방향으로 간다. 두산로를 지나 들안길 삼거리에서 우회전해 들어가면 들안길 먹거리 타운이다. 수성IC에서 차로 10~15분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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