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현장을 가다] 현대로템

입력 2021. 07. 15   17:00
업데이트 2021. 07. 1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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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노하우에 현대차 최첨단 생산 기술 더해… 한국 지상 장비 수준 높이다

[K방산 현장을 가다] 7 현대로템


1976년 전차 생산 전문 방산업체 지정…차륜형장갑차 등 양산
국산화율 80% 이상 K2 전차 생산, 1100여 개 중소기업 참여
원거리 탐지·화력 지원 등 가능 다목적 무인차량 ‘셰르파’ 공개
허벅지·어깨 피로 줄여주는 웨어러블 로봇 ‘벡스·첵스’ 개발도


육군11사단 기갑수색대대 K2 흑표 전차가 AH-1S 코브라 공격헬기와 함께 제병협동 전술훈련을 하고 있다. K2는 기동력, 화력, 방호력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갖춘 육군의 차세대 주력 전차다.  조종원 기자
육군11사단 기갑수색대대 K2 흑표 전차가 AH-1S 코브라 공격헬기와 함께 제병협동 전술훈련을 하고 있다. K2는 기동력, 화력, 방호력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갖춘 육군의 차세대 주력 전차다. 조종원 기자

육군25보병사단 K808 차륜형 장갑차가 혹한기 훈련의 하나로 도섭작전을 전개하고 있다. 험지 돌파력이 우수한 K808은 워터제트 시스템을 기반으로 시속 8㎞ 이상으로 강을 건널 수 있다.    조종원 기자
육군25보병사단 K808 차륜형 장갑차가 혹한기 훈련의 하나로 도섭작전을 전개하고 있다. 험지 돌파력이 우수한 K808은 워터제트 시스템을 기반으로 시속 8㎞ 이상으로 강을 건널 수 있다. 조종원 기자

현대자동차와 현대로템이 공동 개발한 무동력식 웨어러블 로봇 VEX.

현대로템 제공
현대자동차와 현대로템이 공동 개발한 무동력식 웨어러블 로봇 VEX. 현대로템 제공

현대자동차와 현대로템이 공동 개발한 무동력식 웨어러블 로봇 CEX.

현대로템 제공
현대자동차와 현대로템이 공동 개발한 무동력식 웨어러블 로봇 CEX. 현대로템 제공

세계 철도시장에서의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 주도의 산업구조 조정으로 1999년 7월 현대정공, 한진중공업, 대우중공업 등 3사(社)가 정부 빅딜 1호로 합병했다. 이렇게 탄생한 ‘한국철도차량’은 2001년 현대자동차그룹에 편입된 뒤 이듬해 ‘로템(ROTEM)’이라는 새 이름을 갖게 됐다. 2007년에는 ‘현대로템(Hyundai Rotem)’으로 사명을 변경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1976년 전차 생산 전문 방산업체로 지정된 현대로템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전차로 인정받는 K2 ‘흑표’ 전차를 비롯해 육군의 핵심 지상 장비를 성공적으로 개발하며 자주적 방위력 증강에 기여했다. 현재는 보병의 기동화를 책임질 차륜형 장갑차 등 최신예 무기체계를 양산하는 동시에 다목적 무인차량, 웨어러블 로봇 등 미래형 무기체계 연구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현대로템의 방산매출은 2017년 5069억 원에서 지난해 8225억 원으로 크게 성장했다. 김상윤 기자


생산라인 최적화…신속하고 품질높은 양산

지난 7~8일 찾은 현대로템 창원공장에서 K2 전차, 차륜형 장갑차, 장애물 개척전차 등 우리 군의 주력 장비들이 순조롭게 양산 중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자로 길게 늘어선 차륜형 장갑차 생산라인에는 자동차를 만드는 방식과 유사한 ‘흐름 생산’이 적용돼 속도감 있는 제작 과정이 한눈에 들어왔다. 차량 하단부 작업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차체를 180도 돌려 뒤집어주는 설비 등 높은 자동화 수준도 눈길을 끌었다.

현장을 안내한 차륜형 장갑차팀 신용철 책임연구원은 “차륜형 장갑차 생산라인에는 현대로템이 지난 40여 년 동안 축적한 고도의 기술력과 현대자동차그룹의 최첨단 자동차 생산 기술·노하우가 종합적으로 적용됐다”며 “최초 조립 단계부터 최종 품질검사에 이르기까지 전 단계에 걸쳐 최적화를 이뤄 신속하고 품질 높은 양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둘러본 K2 전차 생산라인에서는 파워팩 이슈로 지연됐던 2차 양산 사업을 연내 완료하기 위한 작업이 쉴 틈 없이 진행됐다. 현장 기술인력 중에는 과거 육군 기갑부대에서 근무했던 예비역 간부 출신들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의 진지한 눈빛과 숙련된 손길에서 세계 최강의 국산 명품 전차를 내 손으로 만든다는 강한 자부심과 뜨거운 열정이 느껴졌다. 방산생산관리팀 김순환 책임매니저는 “현대로템의 기술이전을 통해 무려 1100여 개에 달하는 국내 중·소 협력업체들이 K2 전차 생산에 동참하고 있다”며 “국산화율 80% 이상을 달성한 K2 전차는 K방산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는 명품 국산 무기”라고 강조했다.


최초의 한국형 전차의 탄생

대한민국 자주국방력의 비약적 신장과 K방산의 도약적 성장을 상징하는 무기체계로서 ‘Korea’의 머리글자를 딴 K계열 전차를 빼놓을 수 없다. 건군 이후 한동안 미국제 전차만 운용해왔던 우리에게 최초의 한국형 전차 개발은 쉽지 않은 과제였다. 지상전의 ‘제왕’으로 불리는 전차의 국산화 개발은 1970년대 현대로템의 M48 계열 전차 개조 작업으로 시작됐다.

국산 무기체계 개발에 대한 범국가적 노력 속에 끊임없는 도전으로 서서히 기술력을 갖추게 된 현대로템은 1980년대 중반 K1 전차(88전차) 생산에 착수했고, 1990년대에는 K1 전차를 개량한 육군의 주력전차 K1A1 전차 개발에 성공했다. 이어 2008년에는 K2 흑표 전차를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하는 성과를 거뒀고, 그해 7월에는 3억3000만 달러 규모의 터키 전차개발 기술지원 계약을 성사시키는 쾌거를 이룬다.

현대로템이 생산한 무기체계는 우리 군의 핵심 전력으로 국토를 수호하고 있다. 지금까지 육군에 전력화된 K1, K1E1, K1A1, K1A2 전차의 숫자를 합하면 1500여 대에 달한다. 육군의 차세대 주력 전차인 K2는 1차 양산분 100여 대가 전력화됐고, 올해 말 2차 양산 완료에 이어 2024년까지 3차 양산이 예정돼 있다.

지상무기체계 분야에서 현대로템의 독보적인 기술력은 국군의 미래지향적 전력 건설에도 큰 힘이 되고 있다. 현재 육군에 전력화 중인 차륜형 장갑차가 대표적인 사례다. 차륜형 장갑차는 현대차그룹의 자동차 기술과 현대로템이 보유한 최신 전차 기술이 효율적으로 접목돼 100% 국내기술로 개발됐다. 도심지역 및 확대된 전·후방 작전지역에서 요구되는 기동성, 수송성, 운용성이 우수한 차세대 장비로서 미래 보병의 기동력을 책임질 중요 무기체계로 주목받고 있다.

차륜형 장갑차는 전방 지역에 배치되는 보병전투형 K808(8×8)과 후방지역 작전을 수행하는 기본형 K806(8×6) 2종으로 나뉜다. K808 차륜형 장갑차는 420마력의 디젤엔진과 7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고, 최고 시속 100㎞ 이상, 항속거리는 600㎞ 이상이다. 도하작전도 문제없다. 워터제트 시스템을 기반으로 시속 8㎞ 이상으로 강을 건널 수 있다. 여기에 노면 상황에 맞춰 최적의 공기압을 부여하는 타이어 공기압 조절 장치(CTIS), 노면의 충격을 흡수해주는 독립 현가장치 등 다양한 최신 기술이 적용됐다. 현재 육군은 미래형 지상군 전투체계 ‘아미타이거 4.0’을 완성하기 위해 차륜형 장갑차를 중심으로 드론·네트워크 장비 등을 통합 운용하는 전투실험을 진행 중이다.


차세대 무인체계 개발 지속

지난해 ‘제72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서는 무인으로 운용되는 첨단 차량이 등장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현대로템이 개발한 무인차량 ‘셰르파(HR-Sherpa)’였다. 셰르파는 경차보다 작은 크기에 6륜 전기구동체계를 갖춘 민·군 겸용 다목적 무인차량이다. 원거리 탐지 정찰, 물자·환자 후송, 화력지원, 위험물 탐지 등 군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임무를 소화할 수 있다. 인공지능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따라 무기체계의 ‘무인화’ 수준이 점점 높아지는 가운데, 현대로템의 첨단 무인차량 기술 개발 노력은 미래 전장을 대비하는 우리 군의 전력 강화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몸에 직접 착용하는 ‘웨어러블 로봇’ 분야에서도 현대로템은 선도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현대로템은 무동력식 웨어러블 로봇 ‘벡스(VEX)’와 ‘첵스(CEX)를 지난 2019년 공동 개발하고 초도양산을 준비 중이다. 조끼형 웨어러블 로봇 벡스는 상향 작업 시 4~6㎏까지 무게를 받쳐주며 어깨와 팔의 근육 피로도를 덜어준다. 첵스는 앉아서 작업할 때 쓰이는 의자형 웨어러블 로봇이다. 몸을 숙이거나 무릎을 굽히는 작업 때 허벅지와 종아리의 근육 부하를 최대 70%까지 줄여준다. 웨어러블 로봇은 산업 분야뿐만 아니라 국방 분야에도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영화 ‘아이언맨’처럼 장병들이 웨어러블 로봇을 입고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전투력을 발휘하며 전장을 누비는 모습이 현실이 되는 것이다.

현대로템 홍보팀 문성훈 책임매니저는 “4차 산업혁명시대 미래 지속 가능한 성장동력으로서 셰르파를 비롯한 무인체계와 웨어러블 로봇에 대한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며 “미래를 선도하는 혁신 기술을 확보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방산제품을 선보여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뷰]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이사
“급변하는 시장 수요 반영 첨단무기 개발 다각적 노력 기울일 것”



“현대로템은 국내 유일의 전차 개발·생산 업체로 지상장비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자랑합니다. 또 현대자동차그룹의 그룹사로서 첨단 자동차 기술인 수소연료전지, 자율주행, 로봇 및 전동화 기술을 방산 제품에 적극 접목할 수 있습니다. 이는 세계 방산 시장을 개척하고 우리 군의 스마트 국방혁신에 이바지할 수 있는 현대로템의 차별점이자 경쟁력이라 생각합니다.”

방산 분야에서 현대로템의 강점을 설명하는 이용배 대표이사의 목소리에는 자신감과 확신이 가득했다. 이 대표이사는 “현대로템은 우리 군이 운용하는 지상 장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K계열 전차를 개발·전력화했고 구난·교량·장애물개척전차 등 계열전차의 풍부한 개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며 “세계 최정상급 전차 K2, 첨단 방산·자동차 기술이 복합 적용된 차륜형 장갑차 등 현대로템의 무기체계는 앞으로도 우리 군의 핵심 전력으로서 활약하며 전투력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로템은 지난 2008년 터키에 K2 전차 기술을 수출하는 데 성공한 이래 해외시장 진출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2018년 오만에서 중동형 K2 전차의 현지 시험을 성공적으로 완료한 현대로템은 최근 동유럽 방산전시회에 참가하는 등 수출 확대를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이사는 “방산 시장은 정치·경제적 상황에 민감하고 계약 성사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며 다양한 글로벌 업체와의 경쟁이 필연적”이라며 “빠르게 변하는 시장 수요를 고려해 기존 무기체계와 더불어 첨단 무인체계 및 로보틱스 개발·수출을 적극 추진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미래 전장의 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전장의 원칙이 바뀌면 방산 수출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

이 대표이사는 “신기술로 개발된 방산제품을 우리 군에서 시범 운용하며 성능과 안전성, 운용 효율성 등을 입증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가 제공될 필요성이 있다”며 “또한 개발업체 중심의 신속한 성능개량이 진행될 수 있도록 과감한 제도개선과 긴밀한 민·관·군 협업이 추진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현대로템이 개발한 우수한 지상 무기체계는 고가의 해외 도입 장비를 대체하며 우리 국방력을 지탱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수출에 버금가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대표이사는 “K2 전차는 80% 이상, 차륜형 장갑차는 90% 이상의 국산화율을 달성했다”며 “수많은 국내 업체와 협력이 이뤄지는 방산제품의 국산화는 방산기술의 자주성 강화는 물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동반성장, 일자리 창출 등 사회 전반에 지대한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다목적 무인차량 신속시범사업을 수주하고 국방과학연구소 부설 방위산업기술지원센터와 함께 기동전투체계 원격 무인화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또 로봇 등 다양한 신기술을 확보하고자 전력투구하고 있다.

이 대표이사는 “대한민국 방산기업은 국민의 안전과 평화를 지키는 우리 군의 무기체계를 시험하고 개발하며 생산하는 만큼 막중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사업에 임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우리 군과 꾸준히 소통하고, 고품질의 첨단 무기체계를 적기에 공급해 국방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상윤 기자 < ksy0609@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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