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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 日 오자와 대표 비서로 맹활약

송고시간2007-08-09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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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 日 오자와 대표 비서로 맹활약> - 0


오자와 국제담당 비서로 활약중인 김숙현씨

(도쿄=연합뉴스) 이홍기 특파원 = 요즘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정치인은 단연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대표다. 지난달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연출, 민주당을 참의원내 제1당으로 끌어올린 인물이다. 일본 정국은 당분간 오자와 대표의 페이스대로 흘러갈 것이 틀림없다.

'풍운아', '정계개편의 설계자' 등으로 불리는 오자와 대표는 참의원 선거의 여세를 몰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압박, 중의원 해산과 총선거 실시를 통해 정권을 차지하겠다는 태세다. 민주당이 자민당을 여론조사에서 압도하고 있는 지금의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늦어도 내년 중에는 '오자와 총리' 탄생도 내다볼 수 있다.

그런 오자와 대표를 가까이서 보좌하고 있는 한국의 맹렬 여성이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오자와 대표의 국제담당 비서로 활약하고 있는 김숙현(金淑賢.35)씨다. 지난 2000년 당시 자유당 당수였던 오자와 중의원 의원의 비서로 발탁된 뒤 7년 동안 곁을 지키고 있다.

일본 정계에서 일부 자민당 의원 가운데 한국 유학생을 인턴으로 기용하는 경우는 더러 있었으나 한국인이 정식 국회의원 비서로 채용되기는 김씨가 처음이다. 당시 오자와 대표가 여러 명의 지원자들을 상대로 직접 실시한 면접을 거쳐 선발됐다.

서울 대원외고와 외국어대 일어과, 대학원(정외과)을 졸업한 뒤 지난 1998년 일본으로 유학한 그는 올해 도쿄(東京)대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은 인재다. 도쿄대에서 2년간의 연수생을 거쳐 다시 석사과정에 입학한 뒤 바쁜 비서 생활 속에서 주경야독하며 '한.중 수교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오자와 의원회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씨는 국제관계 전공을 살려 한반도를 포함한 국제 정세 등에 관해 보좌하는 업무를 주로 하고 있다. 주 1회 동아시아 정세 보고를 하고 있고, 중국, 미국을 포함한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기획하며 진행도 한다.

또한 의전 업무는 기본으로, 오자와 대표를 찾아오는 일본 정치인은 물론 한국 등 외국 유력 인사들의 접객과 통역도 맡고 있다. 선거 기간에는 다른 일본인 비서들과 마찬가지로 전국의 현장을 누비며 선거 지원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 그야말로 '전천후 비서'다.

<한국 여성, 日 오자와 대표 비서로 맹활약> - 0

지난 7년간의 비서 생활을 통해 당 내외 정치인들과 인맥도 형성돼 있어 종종 "일본으로 귀화해 정치를 해보는 것이 어떠냐"는 농담 같은 권유를 받기도 한다. 오자와 대표의 신임도 두터워 시간이 지날 수록 활동 영역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힘들지만 즐거운 고민거리란다.

일본의 정치 현장에서 종사하고 있는 관계로 주일 한국 대사관과도 수시로 정국의 흐름 등에 관한 정보를 주고 받고 있다는 그는 특히 아시아 외교를 중시하고 있는 오자와 대표의 한일 관계에 대한 인식에 큰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자부하고 있다.

최근 한국 내 일본 경시 풍조로 한.일 양국 간에 이렇다할 막후 채널이 닫혀버린 상황에서 김씨가 양국 관계에도 의미 있는 기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오자와 대표가 일본 정국을 주도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더욱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김씨는 오자와 대표를 '프로 중의 프로'이자 바둑으로 보면 명인(名人)이라고 평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전형적인 보스 형 정치인으로, 일에 관해서는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완벽주의자란다. 그러나 원래 소탈하고 따뜻한 성품의 소유자여서 일을 떠나서는 인간적으로 스스럼없이 대해준다는 것이다.

또 한번 자신과 인연을 맺은 사람은 끝까지 돌봐주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2년간 비서로 일하다 귀국한 대만출신 여성이 작년에 결혼한다는 연락을 해오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서도 직접 대만까지 달려가 결혼식에 참석했을 정도였다고.

김씨는 앞으로 보스인 오자와 대표가 정권 교체의 꿈을 이루는 그날까지 곁에서 보좌할 생각이다. 일본 정국이 당분간 오자와 대표를 중심으로 펼쳐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일본 현실 정치의 경험을 더 쌓은 뒤 한일 양국을 두루 꿰뚫어 볼 수 있는 전문가로서 활약하고 싶다는 포부를 지니고 있다.

그동안 일본 정계 실력자의 비서로서 직장 생활하랴, 대학원 석.박사 공부하랴 정신없이 살아왔다는 그는 지금까지는 결혼을 생각할 틈이 없었지만 "앞으로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가정도 꾸릴 생각"이라고 털어놓았다.

김씨는 지난 7월 서울에서 여성부 등의 주최로 열린 제7회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에 일본측 대표로도 참석했다.

lh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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