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에게 종교의 자유를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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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무신자도 불교도도 날마다 학교서 예배

자유선언 학내방송

강의석군 교육청 앞서 1인시위


“종교의 자유를 위해 앞으로 학교에서 강제적으로 이뤄지는 예배를

거부하겠습니다.”

서울 동대문구 ㄷ고 3학년 강의석(18)군은 지난 16일 아침, 학내방송을 통해

‘종교자유 선언’을 했다. 비기독교인인 강군에게 매주 학년 전체가 참석하는

예배와 아침마다 하는 학급예배는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다. 또, 이날부터 한 달

예정으로 학교수업이 끝난 오후 6시부터 1시간 동안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고교 평준화 제도 아래서 해마다 수많은 학생들이 종교를 건립이념으로 삼는

학교에 배정되고 있으나, 강군처럼 종교가 없거나 다른 종교를 믿는 학생에 대한

일선 학교의 배려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반발해 고교생 자신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도 강군이 처음이다. 이에 앞서 지난 1월

이화여대 졸업반 오은영씨가 교내 채플 의무 수강에 반발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내는 등 대학가에서는 이에 대한 문제 제기가 꾸준히 있어 왔다.(<한겨레>

1월3일치 6면)

"의무.점수화 인권침해" 청소년단체등서 비판

현재 서울시내 289개 고교 가운데 종교재단 소속 학교는 모두 52개에 이른다. 이들

학교에 배정받은 많은 학생들이 자신과 학교의 종교이념이 일치하지 않아도 예배와

종교수업을 강요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고교 원서를

작성할 때 종교조사를 하긴 하지만, 평준화 지역에서 종교가 학교 배정의

우선원칙이 될 수는 없다”며 “가능하면 방과 후에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종교활동을 선택할 수 있도록 일선 학교에 지도하고 있지만 종교 문제라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한편, ㄷ고는 ‘개인적 문제’로 교내방송을 사용했다는 이유와 건학이념을

부정했다는 이유로 강군에 대한 징계 의사를 내비쳤다가 지난 18일 징계위원회

대신 선도위원회를 열어 전학을 권유하기로 결정했다.

연미림 청소년공동체 <희망> 학생회센터 간사는 “해당 학교에서는 학교 전통이나

건학이념에 대한 도전으로 이 문제를 받아들이는 것 같다”며 “학교배정에

학생들의 종교가 고려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강제적인 종교활동이나 이를

점수화하는 것은 학생 인권을 심각히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이 학교 김아무개 교감은 “이 문제에 대해 말할 의무가 없다”며

언급을 회피했다.

강군은 현재 인터넷 카페(cafe.daum.net/whdrytkfkd)를 통해 서명운동을 벌이는

한편 국가인권위원회 진정도 검토하고 있다.

■강군의 학교생활은?

강군의 학교생활은 시작부터가 고민이었다. ㄷ고를 배정받았을 때 종교가 없는

강군은 ‘기독교학교’라는 것에 적잖은 부담을 느꼈다. 그나마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 학교 소개를 본 뒤, “인성교육이 목적이지 설마 종교를 강요하겠나” 하는

생각에 ㄷ고의 교복을 입기로 했다.

하지만 입학식 때부터 강군의 예상은 빗나갔다. 기독교 이념에 따라 교육을

받겠다는 ‘선서’를 해야 했을 때, 강군은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입학식때부터 강군의 예상은 빗나갔다. 기독교 이념에 따라 교육을

받겠다는 ‘선서’를 해야 했을 때, 강군은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1학년 말, 학생회 부회장 선거에 나가려 했을 때 또 다시 ‘종교’가 걸림돌이

됐다. 입후보 자격에 ‘교회를 1년 이상 다녀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던 것이다.

강군은 교목담당 교사에게 “학생회 선거에 종교규정이 있는 것은 옳지 않다”고

건의했다. 하지만 “기독교를 종교가 아닌 서양철학으로 공부해 보라”는 권유를

받고 1년 정도 교회를 다니기로 했다. 갈등끝에 “학생회 활동을 통해 공부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회를 다니면서 종교적 갈등은 더욱 깊어갔다. 입학식 때 한 ‘선서’가

‘학교와의 약속’이자 ‘자신이 내린 결정’이라는 생각에 섣불리 깨는 것도

어려웠다.

지난해 말 학생회장이 된 강군은, 대의원회의를 통해 학생회 선거에서 종교규정을

삭제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지만, 학교 쪽의 거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강군은 학교에 들어와 굳이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여러 방법으로

스스로의 선택을 합리화해 왔다고 한다. 하지만 고3이 되면서 그동안 쌓여왔던

고민이 더욱 커졌고, 자신의 뜻과 거슬러 사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가 자문도

해보았다고 한다. 친구들과 많은 대화를 나눈 뒤, 드디어 지난 16일부터

‘학교에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1인시위에 들어갔다.

강군은 “학교도 기독교인만 들어오면 교육이념에 맞는 훌륭한 교육을 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비기독교인이 들어오는 이상 이에 대한 종교적

배려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이번 결정으로 무엇을

잃는다는 두려움보다 얻을 것이 더 많다는 기쁨이 앞선다”며 “만약 전학을

가더라도 학교에서의 종교자유 문제를 계속해서 고민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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