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녹색당’ 추진

박홍두 기자

시민사회 주축 10월 준비위 구성… 연내 창당 목표

한국에서도 ‘녹색당’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시민사회가 준비 중인 가칭 ‘녹색당’은 평화·인권·반핵·환경 등을 핵심의제로 내세우고 있다. 그간 진보정당들이 해온 역할에 더해 새 정당이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연말 이전 창당이 목표이면서도, 향후 야권 통합과 연대에도 참여할 뜻을 밝히고 있다.

녹색당 모색은 거듭되는 환경 재앙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시작됐다. 창당을 주도하는 하승수 변호사(43)는 “지난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건 등을 보고 창당을 준비하게 됐다”며 일단 ‘탈핵’을 내걸었다. 그는 “더 나아가 탈성장·탈개발주의의 적극적인 방안을 정당의 틀에서 모색하고 실현시키려 한다”고 밝혔다.

환경을 우선 가치로 내놓았지만 정치권에서 진보의 가치를 폭넓게 이뤄보겠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녹색당이 주창하는 가치도 ‘사회정의’ ‘풀뿌리 민주주의’ ‘비폭력’ ‘인간과 자연의 공존’에 있다.

기존 진보정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닿아 있으면서도 확연히 구분되는 선도 있다. 진보정당들이 녹색당이 앞세우려는 의제들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평가에서다.

시민사회나 지역에서 꾸준히 활동해온 인사들이 대거 몰리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한다. 경기지역 창당 모임에 몸담은 안명균 경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49)은 “아무리 환경운동을 해도 4대강 사업, 핵발전소 사업 등 국가정책에 대한 결정은 정치권이 했다”고 말했다. 현실의 외침과 별도로 결국 정치권에서 정책과 입법으로 대안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준비모임에는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평화·인권·반핵·환경 운동가 200여명이 온·오프라인을 통해 모였다. 이들은 녹색당이라는 정당으로 결집해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구성하겠다는 전략을 세워놨다. 일단 10월까지 5000명을 모아 창당준비위원회를 꾸린 뒤 연말 전에 공식 창당한다는 복안이다.

우리 정치에서 녹색당의 출현은 처음이다.

이전에도 녹색당과 비슷한 환경운동 정당의 창당 움직임은 있어 왔지만 중앙 조직을 갖춘 정당은 없었다. 독일 등 유럽에서는 녹색당이 30년 전부터 현실정치로 들어가 제1당과 연정을 이뤄 내각에 진출하고, 여당이 된 바도 있다. 독일 녹색당은 환경뿐 아니라 여성·인권 등의 가치도 정책으로 실현하고 있다.

녹색당은 그 점에서 또 다른 정치 실험으로 읽힌다. 그동안의 진보와 보수 대결구도에 매이지 않는, 정책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계통의 정당이 탄생하는 셈이다. 기존 ‘성장과 복지’ 대치 구도에, 또 다른 한 축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녹색당은 내년 총선과 대선 출마도 계획하고 있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 야당이 논의 중인 야권 통합과 연대에도 참여할 뜻이 있다고 밝혔다.

하 변호사는 “연대에 참여하면 ‘탈핵’처럼 민주당이나 다른 야당들이 명확한 의지를 갖지 못한 정책들에 대해 녹색당이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이 꿈꾸는 녹색정치가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Today`s HOT
불타는 해리포터 성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페루 버스 계곡 아래로 추락 토네이도로 쑥대밭된 오클라호마 마을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시위대 향해 페퍼 스프레이 뿌리는 경관들
올림픽 성화 범선 타고 프랑스로 출발 인도 스리 파르타샤 전차 축제
이란 유명 래퍼 사형선고 반대 시위 아르메니아 국경 획정 반대 시위 틸라피아로 육수 만드는 브라질 주민들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이·팔 맞불 시위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