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태어나다 - 조선 왕실의 한글 편지

한글을 지켜나간 조선왕과 왕후의 한글편지를 공개합니다.

조선 14대 임금, 선조의 편지

받는 이
정숙 옹주
배경
마마(천연두)에 걸린 동생 정안 옹주를 염려하는
정숙 공주의 편지에 대한 선조의 답장이다
당시 14세 어린 딸의 병을 염려하는 아버지의 안타까운 마음과 다른 자식들을
안심시키려는 배려가 짧은 글 속에 담겨있다
또한 ‘1603년 음력11월 19일 오전 9-11시'라고 작성시기가 분명하게 적혀 있고
선조의 '건원대재(乾元大哉)' 어보(도장)가 찍혀 있는 완정한 편지이다
현대어 해석
(네가 쓴) 편지 보았다
(정안 옹주의 얼굴에) 돋은 것은, 그 방이 어둡고(너 역질 앓던 방) 날씨도 음(陰)하니
햇빛이 (그 방에) 돌아서 들면 내가 (상태를) 친히 보고 자세히 기별하마
대강 약을 쓸 일이 있어도 의관과 의녀를 (그 방에) 들여 대령하게 하려 한다
걱정 마라. 자연히 좋아지지 않겠느냐
보물 제 1629호

조선 17대 임금, 효종의 편지

받는 이
숙명 공주
배경
효종의 둘째 딸 숙명 공주는 부모, 형제들과 많은 편지를 주고 받았다
이 편지는 아버지에게 보낸 숙명의 문안 편지와
우측 여백에 쓴 효종의 정다운 답신이 모두 남아 있어 흥미롭다
현대어 해석
좌측 : 숙명 공주
문안을 여쭤보고 밤사이에 기체 안녕하신지 문안 올리기를 바라며
날이 갈수록 더욱더 섭섭하여(보고싶어) 아무런 할 말이 없습니다
우측 : 효종
편지 받아 보고 잘 있다고 하니 기뻐하노라
어제 두가지 색의 초를 보냈는데 보았느냐?
면자등(등불의 종류)을 이 수대로 보내노라
보물 제 1629호

조선 17대 임금 효종의 비, 인선 왕후의 편지

받는 이
숙명 공주
배경
소설책 이야기, 당시 임신 중이었던 숙휘 공주의 이야기 등
딸에게 하는 어머니의 일상적인 이야기가 담겨있는 한편
숙명에게도 아이를 낳으라고 은연 중에 독려하고 있다
현대어 해석
편지 받아보고 아무 일 없다고 하니 기쁘고, 마주 보는 듯 든든하고 반갑구나
(네가) 그렇게 출궁하고 여러 날이 되도록 섭섭하고 무료하구나
녹의인전(명나라 소설)을 다시 보내려 하니 기쁘구나. 네가 한 역할을 하는구나
숙휘(공주)는 작은 베개에 '귀여아(산 모양으로 추정 됨)'를 수 놓느라고
부산을 떠는데 너는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
보물 제 1629호

조선 18대 임금, 현종의 편지

받는 이
숙명 공주
배경
효종과 인선 왕후의 외아들인 현종이 한 살 위 누이인 숙명 공주에게 보낸 편지로
귀한 귤을 보내는 등 동기 간의 따뜻한 우애를 엿볼 수 있다
현대어 해석
밤 사이 평안히 주무셨는지 여쭤보기를 바라오며
오늘은 정이 담긴 편지도 못 얻어 보니 (아쉬운) 마음이 그지 없었습니다
이 홍귤 일곱개는 매우 작고 보잘것없지만 정으로 모은 것이라 보내오니
적다고 하지 마시고 웃으며 잡수십시오
보물 제 1220호

조선 18대 임금 현종의 비, 명성 왕후의 편지

받는 이
명안 공주
배경
명성 왕후는 현종과의 슬하에 네 자녀를 두었으나 두 자녀의 요절로
숙종과 명안 공주만 남게 되었다
평소 병약했던 명안 공주에 대한 사랑이 각별했으며
이 편지는 오래 보지 못한 딸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나 있다
현대어 해석
글씨 보고, 잘 있다 하니 기쁘며 친히 보는 듯 반가워 백 번이나 잡아보며 반기노라
어느 때도 이리 오래 못 본 적이 없더니 한 달이 넘으니 더욱 섭섭하고 그립구나
너는 주인집 극진하신 덕을 입어 역신을 무사히 하니
세상에 이렇게 기쁜 경사가 어디 있겠느냐
네 효도 딸이 되어 우리를 기쁘게 하니 어여쁘기 그지 없구나
날이 추우니 부디 조심하고 음식도 어른 이르는 대로 잘 먹고 잘 있다가 들어오너라
타락묵(우유로 만든 묵)과 전을 보내니 먹도록 해라
보물 제 1220호

조선 19대 임금, 숙종의 편지

받는 이
명성 왕후 (수신처 : 명안 공주 방)
배경
어머니 명성 왕후가 시집간 누이 명안 공주 사저(명안 공주 방)에 다니러 간 후
시간이 지체되자 환궁을 재촉하고 있는 간찰이다
현대어 해석
밤 사이 평안하시옵니까?
나가실 때 '내일 들어오십시오' 하였더니
해창위(명안 공주의 남편)를 만나 못 떠나고 계십니까?
아무리 섭섭하여도 내일 부디 들어오십시오

조선 19대 임금 숙종의 비, 인현왕후의 편지

받는 이
숙휘 공주
배경
숙종의 고모인 숙휘 공주가 병 중에 있을 때 인현왕후가 보낸 서신이다
숙휘 공주에게 필요한 약 목록을 받고 바로 보내겠다고 말하는 내용에서
진심 어린 염려를 엿볼 수 있다
숙휘 공주의 병세가 심해지자 숙종이 직접 병문안을 갔고
별 차도 없이 수일이 지나 세상을 떠난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어 해석
밤 사이 평안하오신지 여쭤보고자 바라오며, 어제 적어 보내신 글을 보고
친히 만나뵌 듯 든든하고 반가워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또한 평안하지 못하오신가 싶으니 민망하고 염려됨이 끝이 없어 하옵나이다
약을 적은 목록(발긔)은 즉시 가져오게 하였으니 들어오거든 보내겠습니다

조선 22대 임금, 정조의 편지

받는 이
외숙모
배경
정조가 여덟 살 원손(元孫) 시절
외숙모[홍봉한(洪鳳漢)의 며느리]에게 보낸 문안 편지이다
어린 나이라서 글씨체는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문안 편지의 형식에 맞추어 쓰려고 노력한 흔적이 군데군데 드러나 있다
현대어 해석
상풍(가을 바람)에 기후 평안 하시온지, (숙모님의) 문안 알기를 바라옵니다
뵌 지가 오래되어 섭섭하고 그리웠는데, 어제 (보내주신) 편지를 보고
든든하고 반갑사오며 할아버님께서도 평안하시다고 하니 기쁘옵니다
원손(元孫)

조선 23대 임금 순조의 비, 순원왕후의 편지

받는 이
김흥근
배경
순원왕후는 안동 김씨 가문의 일원이며, 동생인 김흥근과
조카들에게 보낸 개인적인 기록들이 규장각 소장본으로 남아있다
이 편지는 며느리를 잃은 김흥근에게 조의를 표하는 내용으로 홀아버지를 모시는
상황에 아내도 잃게 된 조카 김병덕의 상황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드러나 있다
현대어 해석
며칠 동안 날씨가 더욱 서늘하니 기운은 어떠하신지 걱정되오며
도정(벼슬의 명칭, 김흥근의 아들 김병덕을 지칭) 집의 상변은
천만 뜻밖이오니 놀라고 참담한 슬픔이 오죽하시겠습니까
참담하고 슬프다고 밖에는 적을 말씀이 없습니다
(세상을 떠난 며느리의) 성품이 매우 얌전하고 무던하였던 것 같으니 더욱 안타깝고
대신(김흥근을 지칭)의 연세가 육순이 거의 다 되셨는데
도정이 홀아버지 시하에 안뜰이 텅 비었으니
요전에 현숙한 아내를 취하였다고 한 말이 지금은 아득하고 민망한 듯 답답하옵니다

조선 26대 임금 고종 비, 명성황후의 편지

받는 이
민영소
배경
명성황후는 1남 2녀의 형제가 있었으나 모두 죽고 황후만이 외동딸로 남았다
외동딸에 자식들도 단명한 명성황후는 친정 조카들에게 많이 의존하게 되었다
본 편지는 명성황후가 양조카인 민영소에게 보낸 편지 가운데
한 편으로 왕실과 자신의 근황을 전하며 상대방의 안부를 묻고 있다
현대어 해석
글씨 보고 밤사이에 아무 탈 없이 지낸 일이 다행으로 여겨지며
여기(왕실)는 주상전하의 문안도 아주 평안하시고
동궁이 지내시는 것도 매우 편안하시니 나는 한결같다
오늘 일기는 봄바람이 춥고 차다
들여보낸 것은 보았으나, 어이하여 이처럼 많이 하였느냐 마음이 편치 않구나
너는 오늘도 (병세가) 가볍지 아니하니 답답하구나
너의 댁(집사람)은 나았는지 궁금하다

훈민정음 반포 이후, 조선 왕실에서는 많은 한글 편지를 주고 받았습니다. 사랑하는 이에 대한 진심 어린 걱정과 그리움을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레 담은, 왕과 왕후의 한글 편지와 글씨체를 지금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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